당시 자료에 따르면, 지강헌을 제외하곤, 3명이 모두 25세 이전의 어린 남자들이었다. 그리고 그들 모두는 흉악범이 아닌 단순절도범이었다. 수차례 가정에 칩입해 적게는 몇시간에서 많게는 며칠을 같이 있으면서도, 단 한번의 폭언이나 폭행이 없이 존댓말로 대했다는 그들.
 
같이 라면을 끓여먹고, 설겆이까지 하고 난뒤 돈과 함께 두고 갔다는 편지. "부디 행복한 가정이 되길 바랍니다. 심려를 끼쳐 사죄드립니다. 안녕히 계세요"
  
마지막 인질가족들 역시 함께 과일을 깎아 먹으며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으나,
뒤늦게 들어온 인질가족의 아버지가 몰래 집을 빠져나가 경찰에 신고했고, 결국 1명 생포. 남은 3명은 그 자리에서 생을 마감했다.  
 
지강헌의 마지막 요구는 산이나 강으로 가서, 맑은 공기를 마시면서 이 모든 일을
정리할수 있도록, 자신들의 마지막을 스스로 정리할수 있도록 문앞에 봉고차 한대만 대달라는것 뿐이었지만 그렇게 조용히 그들을 보내기에 이미 사건을 커질대로 커져버린 상태였다. 그러는와중에 지강헌은 봉고차가 오는지 나가 보라며 나이 어린 탈주범 한명을 내보냈고, 다시 들어오려는 그의 발밑에 총알을 발사하면서 막는다.
 
"형이 하는 말 잘 들어. 네 남은 인생은 내가 더 잘 알아. 가서 무기징역말고.."
 (당시의 자료화면 중에서...)
 
결국 그는 경찰에 생포되어 나머지 탈주범들과는 달리 현재도 생존, 수감중이다.
당시 4명의 탈주범 … 지강헌(35) 안광술(22) 강영일(21) 한의철(20)
  



한명이 생포되고 남은 두명이 자살하면서 지강헌의 손에는 총알없는 빈 권총만 쥐어지게 된다. 총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당시 그가 가졌던 권총은 총알이 없을때, 외관상으로 확연히 알수가 있다고 한다.
 
일반시민들이야 잘 모른다해도, 아마 그와 대치했던 경찰들이라면 충분
히 알수있지 않았을까? 그러나 무기도 없이, 총알없는 권총만 휘두르며 유리조각으로 목을 그어 자살하려는 지강헌을, 특공대는 4발의 총알로 사살했다. (병원으로 옮겨진뒤 즉시 사망)
 
유혈이 낭자한 대치상황에서 그가 경찰에 요구했던 비지스의 HOLIDAY. 창문에 발을 얹은채
그 음악을 들으며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 Bee Gees - Holiday


굳이 범죄자들의 편에 서서 그들을 옹호하고 미화하고 싶지는 않다. 영화에서 보여지는대로
이 사회가 그들을 그렇게 만든거지, 단 1%도 그들의 잘못이 없다는 바보같은 생각은 안한다.
 
단순절도죄인 하나, 엄밀하게 그들은 범법자들이고, 죄에 비해 무거운 형량을 받은것 또한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탈주해서 시민들을 상대로 강도짓과 인질극을 벌였다는건 정당화 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뭔가 씁쓸하다. 여전히 없는 자들에게는 유죄가, 있는 자들에게는
죄가 존재하지
않던가. 20년전에도 그랬고, 앞으로 20년후가 되어도 아마 변하지 않을것 같다. 
  
참, 영화검색을 하다본건데..
이 영화를 만들겠다는 소문을 듣고, 당시 관계자나 인질가족들이 먼
저 연락을 해왔더란다.
"불쌍한 사람들이니 잘 만들어달라"는 부탁과 함께.
  


   

1988년 10월, 가정집에서 인질극을 벌인 지강헌 일당의 마지막 인질이었던 고 모씨가 탈주범 강영일씨를 위해 보냈던 탄원서가 사건 발생 18년만에 처음 공개됐다. 
 
영화 '홀리데이(양윤호 감독, 현진씨네마 제작)' 로 지강헌 탈주사건을 영화로 제작한 현진씨네마 측이 공개한 이 탄원서를 보면, 탄원인 주소는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1동 고모씨이고 피탄원인은 현재 이 사건으로 대구교도소에 수감되어있는 마지막 탈주범 강영일 씨다.
 


 

강영일씨는 극중 최민석(여현수 역)이라는 인물로 등장한다. 지강헌 일당 중 비교적 나이가 어리고, 여동생을 둔 최민석에게 지강헌은 한 인질 여자아이와 함께 경찰에 자수할 것을 강제로 종용하는 것으로그려진다.
 
탄원서의 내용은 "상기인은 1988년 10월 15일 탄원인 고00의 집에 들어와 다음날인 16일 오후12시까지 인질극을 벌였습니다. 비록 그가 인질범이며 탈주범이기는 하나 저희 집에 들어와 우리를 인질로 잡고 있으면서도 그리고 탄원인의 아버지가 신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저희에게 단 한번의 폭언이나 폭행이 없었던 것으로 보아 분명 심성이 착한이였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는 오히려 불안에 떠는 저희를 진정시키며 아버지를 미워하거나 원망하지 말라는 말과 함께 정말로 미안하다는 말을 수시로 했습니다. 물론 그가 지은 죄는 사회적으로 국민들에게 지탄을 받아 마땅하나 저희 집에 들어와 취한 인간적인 면을 생각하여 정상 참작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라고 끝을 맺고 있다. 
 
 
현진씨네마 이순열 대표는 이 탄원서를 공개하면서
"1988년 10월 27일, 인질이었던 고 모씨가 서울 지방 검찰청에 보낸 이 탄원서를 보더라도 지강헌 일당은 '단지 돈이 없다는 이유로 사람 취급 받지 못하는 세상, 돈으로 검사도 판사도 살 수 있는 세상, 죄를 지어도 돈이 있으면 무죄, 돈이 없으면 유죄인 세상. 이렇듯 못 가진 자에게 불합리한 세상'에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싶었던 것이다"고 이 사건이 사회에 던진 의미를 풀어냈다.
 
이 대표는 또 "이제 그들의 외침은 진실의 메아리가 돼 곧 우리 앞에 커다란 울림으로 다가올 것이다" 라며
"유전무죄, 무전유죄! 라는 말이 이 땅에 사라지는 그날까지" 라며 말을 끝맺었다.
 
20여년전 탈주범 지강헌이 던졌던 '유전무죄 무전유죄', 그 말이 전하고 있는 빈자들의 소외감,
그 것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맥컬리의 잡학다식]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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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hain.tistory.com BlogIcon Shain 2011.04.05 15: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사람들 이야기 기억이 납니다.. 당시 진압이 너무 과격했던 것 같단 생각도 들고...
    범죄를 옹호하는게 아니죠...
    어쩐지 너무 불쌍한 젊은이같았단 생각이 들 뿐...
    왜 그렇게 됐을까요

  2. Favicon of http://yakida.tistory.com BlogIcon yakida 2011.04.05 16: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영화를 통해서 접했던 내용입니다.
    유전무죄,,,무전유죄...뇌리에 계속맴돌았던 기억이납니다.

  3. Favicon of http://mfod.tistory.com BlogIcon 더머o 2011.04.05 18: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탈주범도 범인이기에 앞서 국민이며 한 사람의 인격체일텐데요.

  4. Favicon of http://moneytop.tistory.com BlogIcon 머니탑 2011.04.05 21: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넘 재밌게 봤던 영화..할리데이..
    다시금 생각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굿 밤되세욤^^

  5. Favicon of http://tonaonda.tistory.com BlogIcon 토나 2011.04.05 22: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얼마전 비지스의 홀리데이를 포스팅하면서 소개드린적이 있는데
    유전무죄...무전유죄...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현실이죠...!
    오랜만에 다녀갑니다...^^ 편안한 밤 되십시요~

  6. 2011.04.05 22: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7. Favicon of http://bigrockcandymt.tistory.com BlogIcon 별다방미스김 2011.04.06 06: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영화보면서 저 장면이 딱 떠올를만큼 어린나이에도 참 충격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유전무죄.. 정말 돈이 없는게 죄인 세상이네요 여전히.

  8. Favicon of http://powerjm.tistory.com BlogIcon 제우스v 2011.04.06 13: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가슴에 남는 영화였던거 같아요^^
    잘 보고 갑니다~

  9. Favicon of http://pwanda.tistory.com BlogIcon 퐌다 2011.04.06 20: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뭔가 사회의 소외된 계층을 다시한번 생각하게 하는 내용인것 같네요...
    자본주의 사회이고 돈만 있으면 된다는 생각들 때문에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나 싶습니다....
    물론 그들의 잘못은 용서될 수 없지만 그들을 저런 상황으로 몰아 붙인
    사회와 정부의 책임도 간과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10. Favicon of http://jydaddy.tistory.com BlogIcon 주영이아빠 2011.04.07 11:3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너무도 잘 아는 사건이지요.
    영화로 나왔을때도 비지스 노래가 왜그리 잘 어울리던지...
    지금 세상도 그때와 크게 다르진 않은것 같아요.
    잘 봤습니다~ ^^

  11. Favicon of http://photopark.tistory.com BlogIcon skypark박상순 2011.04.08 11: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생각들이 다시 떠오르네요.
    음악도 잘 듣고 갑니다.^^

  12. Favicon of http://twitter.com/#!/sunhov/status/62037000089370624 BlogIcon Sun ho No 2011.05.11 16: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연찮게 인터넷 공간을 돌아다니다가 발견한 지강헌 사건. 영화 홀리데이로도 다시 재현된 사건...무전유죄 유전무죄란 말...왜 사람들이 70~80년대로 회귀한것 같다고 하는 그 말...쥐통령의 이건희 사면만 봐도 피부로 절감합니다. 암담한 사회죠.